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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이야기

21살에 3000만원 모은 후기

by 타경 2023. 3. 23.

 

 수능 시험이 끝난 19살의 겨울, 유튜브 알고리즘에 영상 하나가 떴다. ‘20대에 1억 모으고 싶으세요?’라는 제목의 세바시 강연이었다.

 뮤지컬 덕질로 가득 찬 유튜브 채널에 이런 이질적인 영상이 불쑥 튀어나오다니. 며칠 전 아빠가 내 유튜브 계정을 빌려서 쓴 것이 화근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영상을 클릭했다. 
 
 26살이 될 때까지 모은 돈이 한 푼도 없던 20대 여성분이 1억을 모았다는 강연이었다. 10분 남짓의 영상이 끝난 후,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 당시에는 아무런 경제관념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20대에 1억을 모은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저렇게 못 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세바시 채널에 관심 없음 버튼을 눌렀다. 그 강연자는 그저 부모 잘 만난 이른바 금수저일 거라고 대충 복잡한 심경을 묻어두었다. 그게 내 최선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충격을 줬던 그 영상을 다시 보게 된다. 친구랑 밥을 먹으러 간 날이었다.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 밥을 턱턱 사던 나는 그날도 친구들에게 떡볶이를 샀다. 기분 좋게 헤어지고 지하철에 탔을 때, 은행 앱에서 알람이 도착했다. 

체크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소리다. 빨간 글씨로 적힌 출금 글씨를 보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소비 내역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묘한 죄책감까지 들었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 맞나?
 
 곧장 은행 앱을 켰다. 한 달에 10만 원 정도의 용돈을 받는 계좌였다. 평소에 무서워서 열어보지 않았던 통장을 열어보기로 결심했다. 내 통장에는 고작 13,800원이 있었다. 13,800원.

 지금부터 다음 용돈 날까지 한 푼도 안 쓰고 교통비에만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다. 내키는 대로 돈을 쓰던 내가 처음으로 나 자신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집에 가는 길, 눈살을 찌푸린 채로 봤던 그 영상을 다시 클릭해 조금 더 집중해서 들었다.

 
 두 번째로 본 영상에서는 조금 다른 감정을 느꼈다. 처음 느꼈던 감정이 불쾌함이라면, 이번에는 후회를 느꼈다. 나는 왜 지금까지 저렇게 돈을 모으고 불리는 방법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을까?

 조금 더 어렸을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후회가 조금씩 생겨났다. 


생각해 보니, 내 주변에는 돈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부모님은 항상 돈 없다는 말을 달고 사셨다. 

그 영향인지 나는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가난하니 평생 부자는 못 될 거라고 믿었고,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자조하면서 부자들을 은근히 미워했다. 

 
 돈에 대해 무지한 건 우리 부모님뿐만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소비를 팡팡 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렸다. 마음대로 돈을 쓰면서도 돈 없다는 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도 선생님은 진짜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시지 않았다.

 경제 수업을 들었지만, 수요곡선, 공급곡선, 경제학 학파 등의 이야기는 뜬 구름 잡는 소리로만 들렸다. 경제 수업을 하면서도 너무 돈 돈 거리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업을 가지라는 말과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10대의 내가 듣기에도 엄청난 모순이었다. 

 
 세바시 강연을 다 듣고 이번에는 강연자의 유튜브로 찾아갔다. 꽤 많은 재테크 관련 영상들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대학 면접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한참을 빠져들어서 봤다. 채널 주인의 저축 노하우, 돈 아끼기 ASMR, 전문가 인터뷰까지 놓치지 않고 새벽 늦도록 봤던 것 같다.
 
 새벽 4시까지 ‘김짠부 재테크’의 영상과 인터뷰이의 영상들을 정주행 한 후,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돌았다.

 내가 돈에 관한 이야기를 회피하고 사는 동안 자본주의를 이해한 사람들은 돈을 더 모으고 있지 않을까? 나는 왜 그동안 부자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나도 저 사람들처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마지막 질문까지 다다랐을 때 무언가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부자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고 있었다. 부자는 부모한테 뭘 물려받은 사람이나 되는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없을 거라고 자조했다.

 그런데 26살에 제로에서 시작한 저 유튜버도 했는데 19살인 내가 못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부터 변하면 된다고 마음먹기 시작했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집 근처 서점으로 달려가 책 한 권을 집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였다. 사실 책 내용은 잘 몰랐지만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는 사람들은 항상 이 책을 추천했다. 

고전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다면 좋은 책이겠지. 막연한 마음 반 설렘 반이었다. 새 책을 집어 들고 책상에 붙어서 진득하게 읽었다. 나는 그 순간 19년간 묵혀있던 가난한 사람의 마인드가 부서지는 경험을 했다. 

 
  솔직히 나를 정신 차리게 했던 유튜브 영상보다 배는 충격적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가난한 사람의 생각과 습관, 목표가 내 과거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나누는 한 끗 차이는 마인드라는 것을 얼른 인정하고 내 환경부터 바꿔보기로 다짐했다.

 우선 기존에 자극적인 콘텐츠로 가득했던 유튜브 알고리즘을 싹 엎고 경제 채널들을 모두 구독했다. 그리고 등하굣길에 하나씩 들었다. 처음에는 재미없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돈 공부에 흥미가 붙었다. 

 
 그렇게 돈 공부에 흠뻑 빠져 살던 나는 20살을 맞이했다. 원하던 대학에도 무사히 합격했다. 이제는 돈을 본격적으로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학에는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풀타임 알바를 했고, 과외, 전자책, 입시 멘토링 프로그램 등등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잡아서 돈을 벌었다. 

아마 대학교 1학년 1학기까지 벌었던 돈이 천만 원쯤 됐던 걸로 기억한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병행하니 몸이 망가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휴학해 버렸다.몸이 아파서 했던 휴학이기도 했지만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건 공부에 대한 피로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했던 공부도 좋지만 당분간은 한번 돈을 바짝 벌어보고 싶었다. 우선 그동안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일주일을 푹 쉬었다. 
 
 그렇게 한번 쉬고 나니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다. 그때 우연히 학군지에 있는 학원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어린 나이에 강사 일을 했다. 고액 과외와 도보 배달, 물류 창고 단기 알바까지 함께 했으니 아마 한 달에 200만 원 후반에서 많게는 300만 원까지 벌었다. 

그렇게 현재 21살이 된 나는 3000만원이라는 목돈을 가지게 됐다. 고등학생 때는 돈 그릇이 고작 몇십만 원 단위였는데, 1년 만에 나의 돈 그릇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다. 
 
중단기 목표도 세웠다. 첫 번째 목표는 올해 말까지 5000만 원을 모으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1억을 모으는 것이다.

이제는 알바를 몇 개 그만두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목표일지는 솔직히 확신이 들지 않지만 목표는 높을수록 좋다고 했기 때문에 묵묵히 나아가보겠다.

이 블로그는 이제 막 재테크를 공부하는 사회 초년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재테크 공부 팁과 깨달은 바를 정리하는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다.